[스크랩] 중국 세간의 분재 수형 작법
중국 세간의 분재미의식 맺음말
1. 한국 세간 수형 창작의 필요성
중국이나 일본에서 세간은 특정한 영역으로서의 명칭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의도적 의식적 창작의 한 영역이 되고 있으나, 한국에서 세간은 한 영역으로 여겨질 만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 못하다. 다만 울산의 <수목회>에서만 세간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 뚜렷한 자각적 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수종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여,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룬 사례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세간의 창작은 다음과 같은 의의와 필요성이 있는 바, 한국 분재도 적극 세간을 창작하여 세간을 한국 분재의 한 영역으로 확립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첫째, 세간은 세간으로서의 독자적 맛과 멋을 지닐 수 있으며, 오히려 굵은 줄기의 소재가 가질 수 없는 자유로운 맛과 멋을 다양하게 누릴 수 있다. 노수거목형 분재는 작수자에게 적재적소라는 규범적 요건을 지켜 줄 것을 요구하지만, 세간은 작수자에게 창의적 미의식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세간은 다양한 미적 특질의 발휘가 가능하다, 정적인 정서-절제, 엄숙, 경건 등의 고전적인 정서-만이 아니라 흐르듯 펼쳐지는 동적인 정서도 가능하다. 이 동적인 정서와 미의식에서 한국인 특유의 풍류와 흥취, 멋이 가능해진다. 한국적인 풍류와 멋을 발휘하기에 가장 좋은 분재 영역이 이 세간의 영역인 것이다.
둘째, 세간은 한국 분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실험공간이 될 수 있다. 세간이 허용하는 자유와 창의성은 한국 분재인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모색과 실혐을 가능하게 하고, 또 세간은 그 결과가 상대적으로 단기에 나타나기 때문에, 이 결과를 노수거목에 옮겨 적용할 수 있다. 노수거목의 수형을 염두에 두고 세간을 창작하는 것까지 가능하다(일종의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고, 부분적 실험과 시도가 가져오는 시각적 효과의 확인과 적용 등 여러 효과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분재의 정체성의 모색은 세간을 독자적 영역으로 확립하는 데서, 또 세간에서 익힌 미의식과 수형 감각을 노수거목에 원용하는 데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세간은 창작자로 하여금 만들 때도 만들고 나서도, 자신의 정서를 자연과 일체화시키는 귀중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세간이 가지는 다양한 정서와 미의식은 창작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적 정서를 표출할 수 있게 한다. 노수거목에서는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존재에게서 느끼는 감동이 있다면, 세간에서는 교감과 대화와 자기 표현이 있다.
넷째, 세간을 통해 익힌 분재미의식은 분재인들의 미의식과 감수성을 높여서, 천편일률적 분재수형에 만족하지 못하고, 분재의 창작에 있어 창조적 분재미의식을 자극하여, 한국분재의 깊이와 넓이를 심화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다섯째, 분재의 한 영역으로서 세간을 확립하는 것은 버림받거나 싼 값의 소재들을 분재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재를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분재인구의 확충과 분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여섯째, 세간은 단기간에 그 결과를 맛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세간 본연의 맛과 멋을살리는 창작에 있어서도 비교적 단기간에 그 성과를 맛볼 수 있고, 한편으로 길고 오랜 기다림을 요하는 과정에서 사이사이 창작한 세간은 마음의 벗으로 교감을 나눌 수 있다.
2. 세간의 일반적 원리
중국 세간의 관찰과 분석을 통해 중국의 자연과 문화에 기인하는 중국 고유의 세간 수형도 볼 수 있었지만, 세간이 지녀야 할 일반적 특질들 또한 아울러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를 우리의 감성과 미의식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세간 일반의 작법에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을 정리 제시함으로써 세간 창작에 간편한 참조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작법들이 보완, 발전되기를 희망한다.
분류한 유형의 세부적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거나 그 중 가장 훌륭한 분재들을 가려, <중국 분재 세간 수형 사전(事典)>이라는 이름으로 모아 제시하고자 하였으나 본문과 중복되기도 하고 그 분량이 또한 방대하여, <수형 사전>을 만드는 것은 독자 개개인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원문에서 설명을 제거하고 적절히 이름을 붙이면 그대로 <중국 세간 수형 사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간이란 일반적으로, 가늘고 긴 줄기가 갖는 고적감(孤寂感)이나 한가롭고 여유로운 풍취를 핵심으로 하여, 가는 줄기의 선미(線美, 線味)나 예미(藝美,藝味)를 부각하거나 가는 줄기에 어울리는 가지와 잎의 형상을 연출하여 단순소박함의 아름다움이나 운치, 다양한 모양의 선적 아름다움을 표출하고자 하는 분재의 영역이라 정의할 수 있다.
세간의 장점은 가는 줄기만으로도 상당한 정서적 공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세간이 표현하는 정취는 다양하지만 그 기본적 정서는 한적(閑寂)함, 고적(孤寂)함이다. 여기에 줄기의 높이, 가지와 잎의 형상에 따라 고원(高遠)함, 여유로움, 빼어나고 맑음, 시적 여운과 흥취, 형태상의 아름다움과 세련미, 야취 등의 다양한 정취가 나타난다.
세간이 지니는 이와 같은 특질을 어떻게 좀더 효과적으로 드러낼 것인가가 세간 창작의 핵심이다.
세간에 작용하는 중요한 형식적 요소는 줄기의 굵기, 가지의 길이, 가지의 양감, 분의 넓이 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간 유형의 미적 특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줄기의 길이와 흐름, 가지와 잎의 소밀(성기고 빽빽함), 가지의 간격, 가지단의 모양과 흐름 등이 있다.
줄기의 굵기는 일단 세간의 요건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줄기의 선미(線美), 흐름이나 율동감, 줄기의 만곡도(彎曲度) 등도 전체 수형의 윤곽이나 정서, 미적 특질의 향뱡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어떤 미적 특질을 갖는 세간인가는 가지의 간격과 길이, 가지의 펼침과 응축, 가지의 소밀과 양감, 가지단의 크기와 형상, 흐름 등이 결정한다. 세간의 특징은 표현상의 자유로움에 있는데, 세간에서 가지와 잎은 그 미적 특질을 변별적으로 구현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세간의 작법]
<단간목의 경우>
1) 전체적 형상의 작법.
① 세간에 대한 다음의 분류 명칭이 드러내고자 하는 수형상의 특징은 세간 창작에 길잡이가 될 수 있다.
※ 분류-세장형(細長形), 수관부형(樹冠部形), 고간담박형(高幹淡泊形), 근골(筋骨)줄기형, 줄기 예미형(藝美形, 藝味形), 근상형(根上形), 현애형(懸崖形), 시적여운형(詩的餘韻形), 풍류흥취형(風流興趣形), 모양형(模樣形), 야취형(野趣形), 풍치형(風致形)
현애형은 또 다음과 같은 분류가 가능하다,
줄기선미형(線美形)-수평형, 근상형, 직선줄기형, 경사형, 수직형
줄기 예미형(藝美形)-수평형, 수직형, 경사형, 솟음형)
수평모양형
경사모양형-기본형, 예각적 경사형, 층운형(層雲形), 수류폭형(水流瀑形),
수직모양형-낙락형(落落形), 수직폭포형(垂直瀑布形), 비류폭형(飛流瀑形), 수렴형(垂簾形)
만곡형(彎曲形)-수평형, 수직형, 경사형, 곡강형(曲江形)
근골(筋骨)줄기형
특이형과 창의형,
쌍세간 현애
화과목 현애
② 세간다운 여백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줄기 한 쪽을 비우는 방식, 가지단의 간격에 여백을 두는 방식, 가지단에 여백을 두는 방식, 줄기와 가지단의 거리를 충분히 띄우는 방식 등이 있다.
③ 줄기가 굵을수록, 수관이나 수폭이 넓을수록, 화분이 좁을수록 근경의 경치를 표현하게 되고, 줄기가 가늘수록, 수관이나 수폭이 좁을수록 화분이 넓을수록 원경의 경치를 표현하게 된다.
④ 수심연장형과 낙지활용형은 세간을 만드는 중요한 방식이다.
-좌우폭을 키울 경우나 길게 상하를 비스듬히 늘일 경우 활용하게 되는데, 수형의 전체적 윤곽선을 빚는 동시에 길고 가늘게 맺어져 멋이나 운치, 세련미를 부여할 수 있다. 낙지는 나무 높이의 2/3 정도에서 취한다.
⑤ 세간 모양목 수형의 아름다움의 요체는 규칙과 변화이다. 무엇(어떤 요소)을 규칙으로 삼고 무엇으로 변화를 삼을 것인지 생각한다. 규칙과 변화의 요소로 삼을 수 있는 것에 ‘가지단의 크기와 층차 가지의 기울기, 가지의 장단’이 있다.
⑥ 현애형은 현애의 낙차를 활용하여 화과목의 꽃과 열매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수형의 하나이다. 송백류도 그러하지만 화과목의 경우 특히, 수관부를 풍성하게 안배할 수도, 가지단 사이에 큰 낙차와 간격을 두어 흐름이나 운치를 가지게 할 수도 있다.
⑦ 야취(野趣)를 지닌 수형을 의도할 경우 배양 상태에서의 인위적 수형잡기나 가지치기를 최소화하고, 완성 무렵에 전체 윤곽을 형성한다.
⑧ 뿌리의 노출이나 연근 형태, 그리고 주립형의 여러 줄기는 형상을 이용한 모양형이나 줄기 예미형을 취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자연미나 야취를 부여하는 요소로 삼을 수 있다.
⑧ 근경이나 원경의 수풀이나 수림을 표현하는 경우 전체적 아름다움과 동시에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의 개별적 아름다움도 중시해야 한다.
⑨ 원경의 수림을 만들고자 할 경우 맨 뒤의 줄기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가지는 줄기의 중상부 이상에 달아서 앞의 나무가 뒤를 가리지 않도록 하는 한편, 뒤로 갈수록 가늘고 낮은 줄기를 배치하여 수림의 원근감을 살린다.
⑩ 대나무의 다간이나 합식은 가는 줄기, 가지, 잎의 옹골참과 예기, 뻗음과 펼침, 유연함과 너울거림, 바람의 청각영상을 느낄 수 있도록 구상한다.
⑪ 남천죽은 세간의 높낮이가 빚어내는 가지단의 층차, 가지단의 풍성함과 성긂, 줄기와 가지가 가늘게 펼쳐져 너울거림, 공간적 여백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한다.
2) 줄기의 작법
① 세간의 맛은 1차적으로 줄기의 묘미에서 오는 것이므로, 가는 줄기의 맛을 잘 살려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줄기의 선미(線美)나 흐름이 드러나야 한다.
② 줄기는 선미(線美)나 예미(藝美)를 지닌 것, 골기(骨氣)를 지닌 것에서부터 완강하고 억세거나, 밋밋하고 변화가 없거나, 별 특징이 없는 줄기까지 다양하게 세간의 맛을 살릴 수 있다.
③ 세간의 줄기가 지녀야 할 요건은, 어느 정도 줄기의 굵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줄기가 여전히 세간 고유의 한적한 맛을 지니기 위해서 그 굵기가 수폭의 1/10~1/12을 넘지 않는 것이다.
④ 줄기의 곡은 다채로울 수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작위적 성격을 벗어나는 자연스러움을 가져야 한다.
⑤ 줄기 곡은 자연곡만이 아니라 추상적 곡도 가능한데 그 추상성은 근골의 줄기일 때 더욱효과가 있다.
⑥ 줄기곡이 추상적인 경우 가지곡과 잎달기도 소략하게 추상적 형상을 유지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⑦ 줄기와 가지의 형상은 크게 골기(骨氣)를 표현하는 방식과 간소담박을 표현하는 방식, 모양을 형성하는 방식, 흐름이나 율동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⑧ 줄기의 멋과 맛을 부각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수관부만을 가지는 방식 (수종이나 줄기의 고태 여부에 따라 수관부를 넉넉히 가질 수도, 성글게 가질 수도 있다.), 가지의 간격을 성글게 취하는 방식이 있다.
3) 수폭의 형성 방식
① 현애(풍)이 아닌 경우 수폭보다는 수고가 크고, 가지단의 안배는 줄기를 구획하는 듯한 방식이 기본이다.
② 대체로 세간의 수폭은 좌우의 맨 아래 가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부 2/3 지점의 좌우 가지나 낙지 혹은 수심을 연장하여 만들고 맨 아래 가지는 짧게 가져간다. 수관부형이 아닌 경우, 맨 아래 가지로 수폭을 만들면 세간으로서는 무거운 감을 갖게 된다.
③ 좌우 폭을 담당하는 가지의 길이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미적 정서적 특질이 달라진다. 수폭이 분폭을 넘지 않으면 응축형의 내면적 여운을 얻을 수 있고, 자유롭게 분을 넘어 펼쳐나가면 풍류와 흥취를 느낄 수 있게 되거나 모양을 형성하게 된다.
④ 수폭은 줄기의 굵기에 비례할 수도,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는 줄기에 비해 수폭을 넓게(가지 길이를 길게) 잡았을 경우, 가지 간격과 여백을 넉넉히 두어, 한가하며 여유로운 맛이 두드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가지의 작법
① 수관부를 구성하는 가지는 상록수가 아닌 경우 한수(寒樹)로도 볼만하게 가다듬어져야 한다.
② 가지의 위치와 간격이 중요하다.
-가지의 위치는 전체 줄기를 구획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위치이면서, 줄기의 곡이나 특징에 따라 돋보일 수 있는 위치여야 하고 원칙적으로 줄기의 등쪽이어야 한다.
③ 가지의 방향과 형상이 중요하다.
-줄기에 가지가 상응하는 방식이어야 하지만, 세간에서도 가지의 흐름과 형상에 따라 그 아름다움과 정서적 특징이 달라진다. (표일한 수형을 위해서는 가지에도 골기가 있거나 형상의 특이성을 가져야 하며, 가지의 각도는 강인함과 세월감을 표현하고자 하는 경우 둔각이어야 한다.)
④ 가지단은 전체적으로 줄기의 흐름을 쫓아가야 하며 줄기의 흐름을 완결시켜야 한다.
⑤ 외롭고 한적한 맛의 줄기를 부각하기 위하여 높이 2/3에 이를 때까지는 한 둘 정도의 짧은 가지만을 달고, 수관부의 2~3 가지 외는 줄기(가지)를 구획하듯 가지 간격을 넓게 안배해 만든다.
⑥ 세장형의 가지를 두는 방식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관부 부위에 간결하게 셋 정도의 가지단을 두되 어느 정도 가지단의 폭을 갖는 방식-간소와 절제를 통해서 무게감을 갖고자 할 경우
㉡ 가지를 줄기 아래로부터 1/2이나 2/3부터 소략하게 다는 방식-줄기의 고적감을 살리면서 상부에 어느 정도의 수폭과 형상을 갖고자 할 경우. 이 경우는 맨 아래 가지로 수폭을 만들지 않고 짧게 받아낸다.
㉢ 가지는 줄기 아래로부터 1/3 이하부터 가지를 둘 경우-전체적으로 짧은 길이의 가지를 넓은 간격을 가지도록 안배해서 세간 특유의 고적감을 소박한 가운데 살리는 경우.
⑦ 가지 펼침의 방식은 화과목은 각 가지의 선단을 살리면서 자유로워야 하고, 송백과 잡목은 가지단의 모양과 방향, 형상이 줄기의 흐름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가지펼침의 방식에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o화과목-성글면서도 풍성한 느낌을 아울러 가질 수 있도록 여백과 양감에 유의하면서 줄기의 흐름에 부응하면서 자유분방하게 펼쳐간다.
o잡목류-잔가지에 밀생하는 잎들을, 여백을 두어 가며, 무겁지 않게 구름조각형으로 단을 만들어 가되, 줄기의 방향과 흐름을 쫓아가고 마무리는 반드시 가벼운 맛과 선미(線美)가 있도록 유의한다.
o송백류-간결담백한 가지단을 흐름과 율동감이 있도록 펼쳐간다.
⑧ 가지단은 3~7개 정도다. 낙지나 수심연장형의 경우 10개 내외가 된다. 가지단이 적은 것은 간소함이나 무게감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고, 가지단이 많은 것은 변화가 있는 형상과 세련미를 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지단의 수가 적을수록 가지단을 크게, 가지단이 많을수록 그 크기는 적게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⑨ 가지단이 많을수록 여백이나 간격을 크게 두고 높이가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간다운 고적함이나 한가하고 여유로운 맛을 잃고 복잡한 형상이 된다.
⑩ 특히 송백류의 경우 세간이라 하더라도, 줄기 상부에 3정도의 가지단을 조밀하되 다소 넉넉하게 펼치면 무게감을 지닌 나무가 된다. 이 경우 그 같은 무게감의 핵심 요인은 뒤쪽의 가지단이다. 반드시 뒤쪽의 가지단을 두어야 한다.
⑪ 좌우 가지로 수형을 구상하고 뒷가지는 짧게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뒷가지는 나무의 깊이를 부여하기 위한 것인데 뒷가지가 더해질 경우 한적한 외로움의 정서가 감소하게 된다’
⑫ 가지의 선과 흐름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지 하부의 가지-속가지-를 거의 두지 않는다. 잔가지의 경우도 성근 맛이 살도록 아래쪽 잎을 두지 않거나 간소하게 가져간다.
⑬ 수성별(樹性別) 가지단 받기
-잎이 밀생하며 작은 경우 거칠고 단단한 맛을 풍길 수 있도록 대체로 가지를 짧게 받고, 잎이 성글게 나면서 작은 경우 좁은 수폭으로 불규칙적 여백을 두어 한적하고 한가로운 정취를 머금도록 한다. 잎이 성글되 넓은 경우 비대칭적 불규칙적 형태를 취하거나, 무리지어 풍성하되 거친 맛을 갖도록 한다.
⑭ 현애 역시 송백류에 가까운 경우에는 조밀하게 거친 맛으로, 잎이 적고 성글 경우에는 흩어 펼친 형상으로 야취를 표현한다.
⑮ 시각적으로 잘 띄는 위치에 이례적인 짧은 가지나 긴 가지를 두어 자연스런 맛을 부여한다.
5) 근장과 뿌리의 작법
① 근장부는 가는 줄기 일변도의 분위기에 유일하게 대비되는 요소이자 안정감을 부여하기 위해 드러나야 하지만, 줄기의 높이를 따르는 시선을 뺏지 않을 정도의 크기여야 한다.
② 일본식 판상형 근장이 아니라 굵은 뿌리가 노출되는 자연스런 근장이어야 한다.
③ 근장은 고간담박형의 경우 줄기의 3/2 정도, 수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모양형의 경우 줄기의 2~2.5배 정도가 적절하다.
④ 줄기의 기골이 강조되는 경우도 역시 세간이므로 근장은 주간의 2~2.5배 정도의 굵기가 적절하다.
6) 화분의 선택
① 분의 넓이와 무게감은 세간의 유형에 따라 그 풍취를 살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 고간담박형이나 직간형 세간이 갖는 고적감에는 분이 주는 평원감(平原感)이 중요하다. 이 평원감은 줄기 직경(혹은 노출된 근장)과 분의 넓이의 대비에서 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높이를 가진 직간형 세간에서는 대체로 분이 근장이나 줄기 직경의 2.5~3배 정도면 적절하다. 근골줄기형의 경우 분의 무게와 색상이 안정감이 있어야 하므로 짙은 색의 무게감 있는 화분을 쓴다
② 줄기 상부 수관의 미적 특질이 감상의 핵인 경우 좁고 안정감 있는 분을 쓰고, 고적감(孤寂感), 고원감(高遠感), 한가롭고 여유로우며 호젓한 풍취를 살리고자 할 경우 원형이나 타원형의 넓은 평분을 쓴다.
③ 높이가 아닌 줄기곡이 강조된 경우에는, 곡의 양 폭에 해당하는 크기의 무겁고 짙은 화분을 쓰고 고원(高遠)의 느낌을 추구하지 않으므로 가운데 심는다.
④ 모양형의 경우 형상을 위한 수폭이 요구되므로 안정감을 위하여 화분은 일반적으로 수폭의 2/3정도가 되는 사각분이나 원분을 사용한다.
⑤ 분은 높이를 받쳐줄 수 있도록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수고가 높을수록 다소 높이를 가진 평분이 안정감이 있다.
<쌍간(다간)목의 작법>
① 세간에서 쌍간은 조화, 운치, 파격을 위해서, 때로는 세간의 부피감을 보완하기 위해서 때로는 흐름과 율동을 위해서 사용된다.
② 수고가 높을수록 쌍간의 형태를 취한다. 쌍간의 경우는 주부간을 합친 폭이 있어 수고를 훨씬 높여 강조할 수 있다. 그러나 단간목의 경우는 쌍간처럼 높일 수 없다.
③ 줄기의 수는 애교간을 포함하여 3간 이내가 적절하다. 그 이상은 세간의 정취를 풍기기 어렵다.
④ 쌍간은 주간과 부간의 형상이 긴밀한 상호 관련을 갖게 되는데, 이 관련이 구속이나 불협화음으로 느껴지지 않고 조화로 느껴져야 한다.
쌍간의 경우 줄기 어우러짐의 방식은 일반 쌍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음의 방식들이 있다.
㉠ 주간과 부간이 각각의 수관을 가지며 어우러지는 방식
-주부간의 벌어짐이 30도 정도는 되어야 하며
-부간 쪽 주간의 상부가 가벼워야 하고
-전체적으로 간소한 형상을 가질 때 부각될 수 있다.
㉡ 부간의 상부를 주간의 수관부 아래 가지처럼 두는 방식
㉢ 부간을 중도에서 꺾어 (주간의) 낙지처럼 흘려내리는 방식
-부간을 주간의 수관부 바로 아래서 꺾으면 단간목의 수심연장형과 유사하게 부등변
삼각형을 만들게 되고
-부간을 주간의 2/3 높이에서 꺾으면 낙지의 형상과 멋을 갖게 되고
-부간을 주간의 1/2 이하 높이에서 꺾으면 파격이나 변화를 부여하게 된다.
㉣ 두 줄기가 한 줄기인 것처럼 보고 좌우에 가지를 두는(주간과 부간 사이에는 가지를 거의 두지 않는) 방식이 있다.
⑤ 쌍간의 경우에도 세간은 가는 줄기의 맛과 멋을 부각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는 중간 이하에 가지를 두지 않는다.
⑥ 주, 부간의 가지는 역시 줄기를 구획하듯 안배하여 여백을 취한다.
⑦ 쌍간의 경우에는 좌우의 맨 아래 가지가 수폭을 형성하는 길이를 가져도 가하다. 주간과 부간의 폭에 더하여 그 사이에 공간이 있어 무겁게 여겨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⑧ 일반적으로 부간의 높이까지에는 주간의 줄기에 가지를 두지 않음으로써 주간의 가는 줄기맛을 부각하는 동시에 주부간의 가지 달기에 조화를 부여한다.
⑨ 쌍간에서도 가지단의 개수가 적을수록 가지단을 크게, 많을수록 가지단을 작게 한다. 가지단이 작고 많을 경우, 간격과 형상, 양감에 차이를 주어 변화를 꾀할 수 있다.
⑩ 부간이 주간보다 길 경우 수심연장형을 만들어 수형의 윤곽을 만드는 동시, 변화와 파격을 부여할 수 있다.
⑪ 쌍간의 경우 일반적으로 좌우 가지로 수형을 구상하고 뒷가지는 짧게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⑫ 쌍사간의 경우 기울기는 대체로 45도나 15도, 주간과 부간의 분기 각도는 15도 내외가 적당하다.
⑬ 쌍간을 분에 심는 위치는 부간 쪽에 여백이 남도록 주간이 분으로부터 1/3 위치에 있도록 심는다.
3. 맺음말.
애초에 현대에 들어 중흥된 중국분재가, 일본분재에 대한 대타의식으로 분재기원국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하였을 것이라는 필자의 추정은 타당한 것이었다. 분재기원국이자 문화대국으로서의 자존심은, 중국 분재의 기원 추적과 분재예술의 이론적 바탕의 정립에 대한 노력으로 나타났는데, 중국 분재예술이론은 예술일반론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어서
또 한편 국토의 광대함에 따른 자연기후의 다양성, 중국 분재가 가진 문화적 저변과 중국 문화의 국제성에 기인한 기이성과 다양성에 대한 선호는, 중국 분재인들로 하여금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시도하도록 하여, 풍부한 분재수와 수형을 지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최소한 세간에서는, 중국 분재에 대한 관찰과 분석만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수형 분류의 틀과 수형작법론을 개괄해 낼 수 있었고, 이는 중국 뿐 아니라 한일의 분재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중국 세간의 분재미의식>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분재에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지속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발전적으로 개편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필자 개인으로서는 이 작업을 완료하게 됨에 따라 울산의 <수목회> 세간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이전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수목회의 세간이 <중국 세간의 분재미의식>에 대한 시각을 확보하자, 그 위상과 아름다움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중국 세간의 여러 분류 항목에 대응하는 수형들도 있었고, 수목회(한국) 독자의 수형도 있었으며, 대표적 중국 세간에 못지 않은 수준의 작품들, 한국적 수형의 정체성을 지닌 수형이라 추정할 수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수종으로 다양한 시도를 행하여 높은 성취를 이룬 울산 <수목회>의 세간을 보는 순간, 한국 분재의 존재감과 더불어 자존감(自尊感)을 가질 수 있었다. 수목회 이외의 작품에도 한국 분재의 존재와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는 분재수들이 존재할 것이기에, 이 또한 체계적으로 발굴되고 그 특질들이 평가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중국 세간의 분재미의식>에 이어 <일본 세간의 분재미의식>, <한국 세간의 분재미의식> 집필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맺는다. 이와 같은 발전적 전개가 이루어진다면, 필자의 분류 방식과 유형 분류및 유형별 미적 특질 등은 수정되고 보완되면서, 세분화되거나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080102 일지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