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育

[스크랩] 줄기의 흐름과 시선의 흐름에 관하여

설과송 2010. 9. 9. 23:10

줄기의 흐름은 수형의 핵심이며 감상 과정에서는 시선의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근장, 그루솟음, 줄기의 흐름, 가지의 배치 등을 수형의 중심 요소로 삼아왔다.

이 때 각 요소는 중요성에 우열이 없는 등가적(等價的) 관계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중요성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서열적 관계로 인식하는 편이다. 즉 줄기의 흐름을 최상위에 두어야하며,

그밖의 요소들은 줄기의 흐름과 조형적, 의미적으로 연계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필자가 나무를 읽고

수형을 구상하는 기본 방식이기도 하다.

 

나무의 공간 구성을 보자. 줄기는 밑동(뿌리뻗음과 그루솟음) 의 연장이며, 가지의 출발점이다.

이처럼 나무의 각 구성 요소를 인과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은 오직 줄기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줄기의 조건에 따라 밑동의 크기와 형상, 가지의 배치와 흐름이 달라져야 한다. 물론 창작과정에서

예외는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라도 줄기의 흐름에 매력이 없다면 나무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뿌리삽목 후 만 2년 6개월이 경과한  애기감나무를 사례로 줄기의 흐름을

만들고 시선의 흐름이란 관점에서 살펴 보기로 한다. 작수전 사진을 촬영하지 않아 최초 모습이  

궁금하겠지만 그냥 쓰레기통으로 버리기 십상일 그런 소재였다고 보면 된다.

 

수종 : 애기감나무

규격 : 수고 19, 좌우 19, 하부 줄기 굵기 1

 

2008. 12. 9. 철사걸이 후의 모습

 

 

 

뒷모습과 상부 확대한 모습

 

먼저 이 소재의 철사걸이 포인트를 보기로 하자.

1. 줄기 흐름의 첫 변화는 변화를 주기 직전 줄기의 흐름과 같은 방향이라야 좋다.

    즉 첫 변화지점이 1)지점 하부 줄기가 좌향이므로 첫 변화는 좌향으로 한다. 필자는  

    2) 구간 전체를 5번에 걸쳐 좌측으로 계속 변화를 만들었다.

2. 3)의 구간은 전체적으로 커다란 우향의 흐름이다. 중간에 한 번의 작은 방향전환이 있지만

    총 8회에 걸쳐 꺽고 휨으로써 우향의 흐름을 구성하였다. 이는 수심까지 이어지는 데  이는

    줄기가 일어서는 방향을 역행하지 않기 위함이다.

3. 부간은 줄기의 하부가 주간의 흐름을 따랐지만 중간 이후부터는 주간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게 하였다. 이 때 5)의 공간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좌측은 실전이고, 우측은 일반적으로 주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부간의 흐름을 만드는 방식이다.

전형적인 수형을 만들기에는 우측이 유리하다.  

 

우측을 중심으로 나무를 만들면 어떻게 될지 가상해 보도록 하자.

가상도 1)

수고 25센티 남짓,  이 정도 키울 수 있다해도 크게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다.

 

가상도2)

이 나무를 감상할 때, 시선의 흐름이 어떠한가를 살펴보자.

1. 시선은 대부분 밑동의 중심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주간을 따라 수심까지 이어질 것이다.

2. 다음은 부간을 따라 흐를 것이며

3. 끝으로 주간에서 부간까지 연속적으로 흐를 것이다.

위에 예시한 3단계의 시선의 흐름, 그러나 그 흐름은 언제나 부등변 삼각의 공간 속을 벗어나지 않는다.

위 사례 역시 시선의 흐름이 부등의 역삼각 공간 안에서 진행된다. 세간 소재와 문인풍 수형이라면

좌우의 첫번째 가지 끝을 연결하는 밑변을 만들기 보다, 밑동을 꼭지점의 하나로 삼아 역삼각형 구도를

만드는 것이 좋다. 형태와 안정감을 중시하는 일본 분재는 밑변이 필요하지만 여백 속에서 선을 살려내려면

밑변보다 점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탐구 결과이다.  그러나 가상도2)와 같은 수형은 규범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규격이 작은 소품은 독자적 존재감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다음은 필자가 실전에서 만든 흐름으로 수형을 완성해 보도록 한다.

가상도 3) 가지를 달고 보니 주간과 부간이 독립적이기 보다 애써 어울리려는 느낌이 남는다.

 

가상도 4) 주간의 세번째 가지 지점에서 줄기의 흐름을 우측으로 더욱 강하게 변화시켜 본다.

               이제 비로소 필자가 의도한대로 주, 부간이 따로 또 함께 존재하는 모습이 되었다.

               보기에 따라 다소 낯설게 느낄 수도 있다(가상도 4-1 참조)

               언듯 보기에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이같은 구도는 가상도 1)과는 전혀 다른 시선의 흐름을 갖게 된다.

 

가상도 4-1)

가상도 4)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부간이 차지하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큰 데서 발생한다.

그 공간의 크기를 줄여본다. 안정감은 확보되지만 시선의 흐름이 다시 삼각 공간 속으로 갇히고 만다.

 

가상도5)

1) 2)의 시선의 흐름은 삼각 공간 속으로 갇히지 않고 각기 제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길게 확장된다.

즉 가상도4)의 수형은 가상도2)의 수형과 달리 보다 큰 공간 장악력을 갖게 되었다.

일본 분재작가 기무라 마사히코의 작품들은 시선의 흐름이 나무의 윤곽 속에 갇히거나 수렴되지 않고

무한대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그의 작품이 달라 보이는 까닭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가상도6)

가상도 2)와 같이 만든 후에 주, 부간을 벌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가상도6)에서 보듯이 엉거주춤한 모습이 된다. 이처럼 줄기의 기본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따라 가지를 전개시키는 방법은 처음부터 달라진다.

 

필자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글로 전달할 수 없는 부분들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며

이는  실전을 통해 보완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줄기의 흐름에 주목하자는 점이다.

줄기의 흐름은 수형의 다른 요소들을 규정하는 역할을 갖는다.

또한 그 흐름은 곧 시선의 흐름을 안내하여 감상의 지평을 대폭 확장해준다.

즉 자신의 의도에 따라 감상자의 시선을 끌고 가거나, 또는 감상자 스스로

꿈과 환상을 그릴 수 있도록 확 풀어버리기도 한다.

 

두 수형을 비교해 보며 윗 글에서 언급한 줄기의 흐름과 시선의 흐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12월 10일.

 

 

출처 : 분재도량 불이
글쓴이 : zer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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